번역학의 제도화 (Institutionalization of Translation Studies) 에서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번역학이라는 학문은 대체로 비교문학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 주도로 하나의 학문으로 만들어졌으나, 통번역을 가르치는 교수자들에 힘입은 바도 크다. 통번역 교수자들 중에는 연구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이 수행한 연구들은 대체로 개인적 관찰이나 내적성찰(introspection)을 토대로 한 것(일명 ‘개인 이론들”– Gile 1990)으로, 경험적 검증을 체계적으로 거치지도, 기존 연구를 매번 참조하지도 않고 수행되었다. 뒤이어 등장한 이론가들은 이러한 연구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보다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통역학 (Interpreting Studies) (참고 Gran & Dodds 1989)에서 두드러졌는데, 통역의 인지적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지과학이 통역 연구의 핵심적 학문으로 인용되기 시작했다. 번역 연구에서도 80년대 중반, 번역 과정에 대한 연구방법으로 사고발화법 (Think Aloud Protocol) (TAP) 이 도입되었는데 이것도 인지심리학에서 온 연구방법이었다. 인식론적 차원에서 설명하자면 인지과학에서 활발하게 사용된 실험적 연구 패러다임이, 언어학과 문학에 뿌리를 둔 번역학이라는 학문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이다 보니 무엇이 좋은 연구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이 바로 드러났다. 또한 통번역을 가르치다가 연구에 이른 소위 ‘독학형’ 연구자들의 연구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와 동시에 번역학은 학문적 연구에 대한 통번역 실무자들의 거의 적대감에 가까운 불신과도 대면해야 했다 (이 문제는 Chesterman & Wagner 2002 와 번역이론의 영향 (Impact of translation theory) 을 참조할 것). 번역학에서 과학성 문제는 서로 다른 학문전통을 가진 연구자 간의 모임과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더 극명하게 제기되었다. 이는 CE(T)RA에서 매년 주최하는 번역학 여름학교(summer school doctoral program)에서도 두드러졌다. 세미나와 토론이 거듭됨에 따라 연구자가 자신의 주장을 어느 정도까지 경험적 실험으로 뒷받침해야 하는가의 문제, 실험연구(experimental research)의 생태학적 타당도 문제, 개념이 어느 정도까지 이론화되어야 하는가의 문제, 연구에서의 주관성 vs 객관성의 문제 등에 대한 근원적 인식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참고문헌
Chesterman, Andrew
2008 “The status of interpretive hypotheses.” In Efforts and Models in Interpreting and Translation Research, Gyde Hansen, Andrew Chesterman & Heidrun Gerzymisch-Arbogast (eds), 49–61. Amsterdam: John BenjaminsTSB
Chesterman, Andrew & Wagner, Emma
2002Can theory help translators? A Dialogue Between the Ivory Tower and the Wordface. Manchester: St. Jerome. TSB
Gile, Daniel
1990 “Scientific research vs. personal theories in the investigation of interpretation.” In Aspects of Applied and Experimental Research on Conference Interpretation, Laura Gran & Christopher Taylor (eds), 28–41. Udine: Campanotto Editore.
Gran, Laura & Dodds, John
(eds)1989The Theoretical and Practical Aspects of Teaching Conference Interpretation. Udine: Campanotto Editore. TSB
Moser-Mercer, Barbara
1994 “Paradigms gained or the art of productive disagreement.” In Bridging the Gap. Empirical Research in Simultaneous Interpreting, Sylvie Lambert & Barbara Moser-Mercer (eds), 17–23. Amsterdam: John BenjaminsTSB. doi:
Pöchhacker, Franz
2011 “Researching interpreting: Approaches to inquiry.” In Advances in Interpreting Research, Brenda Nicodemus & Laurie Swabey (eds), 5–25. Amsterdam: John Benjamins. TSB
Schäffner, Christina
(ed.)2004Translation Research and Interpreting Research. Traditions, Gaps and Synergies. Clevedon/Buffalo/Toronto: Multilingual Matters. TSB
Snow, C.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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